맵시크린을 만나려고 날이 좋았나보다.
청명한 하늘만 보아도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생크림 같은 구름과 파란 하늘의 경계가 또렸했던 날이었거든요. 사이니지 앤 더 시티signage and the city 자료 수집을 위해 방문했던 압구정동의 계절은 그랬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상가의 첫 인상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현대아파트 상가 초입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8시 뉴스에서나 봤던 현대아파트 단지 안을 걷게 될 줄은 정말 몰랐죠.
‘잘 사는 동네는 역시 다르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페인트 칠이 벗겨진 외벽 상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관리가 잘 된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기 있는 곳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브랜드가 들어와 있어 그 이질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세월의 풍파를 온 몸으로 맞은 외관에 그렇지 못한 느낌의 상권이었던 거죠.
‘맵시크린’ 압승!


이렇게 잘 운영되는 듯 보이는 상가에서 ‘맵시크린’은 단연 돋보이는 사이니지signage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사이니지의 미덕은 잠재고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 것에 있습니다. 연륜 있어 보이는 사장님이 가게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맵시크린’은 사이니지의 미덕을 채우고도 여유있게 남을 정도였습니다. 아마 프랜차이즈 브랜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튀려고 애쓰는 느낌이 드는 요즘 브랜드 네이밍 속에서 힘을 뺀 듯한 고수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죠. 옛스런 느낌의 세탁소 정체성에 ‘맵시’와 ‘크린’의 조합이 입에 착 달라붙더라고요.
상권을 걸어다니는 잠재고객의 흥미를 훔치고, 기억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멋진 작명센스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세탁소인데 메인 컬러를 딥그린으로?

일반적인 세탁소들은 보통 ‘블루’를 메인컬러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맵시크린은 진한 녹색을 사용하고 있었죠. 저는 이 부분에서도 비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님 머릿속에 기억을 남기는 브랜드는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죠. 많은 책과 전문가가 짚듯이 성공하는 브랜드는 ‘다름’이란 요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좋은 마케팅과 사이니지의 조건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죠.
네이밍의 다름과 컬러의 다름. 맵시크린을 보면서 또 한 번 좋은 사이니지의 조건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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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s. 도시 경관에서 작지 않은 지분을 갖는 게 사이니지signage, 즉 광고 사인물 입니다. 사이니지 앤 더 시티signage and the city는 도시의 사이니지 기록을 쌓아가는 기획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로컬스토어를 오픈하거나, 사이니지 시각 자료가 필요한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